코스닥 상장사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잇달아 주식과 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고 있다. 향후 자금 조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증권가에선 대규모 증자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사 올리패스는 오는 2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제3자배정 신주 발행 한도를 없애는 안건을 논의한다. 작년 주가가 급락해 한도를 늘리지 않고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작년 초 7000원대였던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500원대까지 밀렸다. 시가총액은 2000억원대에서 17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 회사는 임상 실패로 경영난이 악화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작년 9월부터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납입일이 5개월 이상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루미늄 부품사 한주라이트메탈도 3월 주총에서 CB·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사채 발행 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에서 8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작년 1월 코스닥에 상장한 이 회사는 작년 영업손실 133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주인이 바뀌는 기업들도 신주 발행을 위해 정관 변경에 나섰다. 폴라리스오피스그룹에 인수된 정보기술(IT)업체 리노스는 이달 14일 임시주총에서 종류주식 발행 근거를 신설한다. 지난 1월 최대주주가 씨티엠으로 바뀐 바이온은 1월 주총에서 일반공모 증자 등 신주 발행 한도로 명시됐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 문구를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상장사의 과도한 증자와 사채 발행을 막기 위한 주주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표준 정관상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자금 조달 규모 및 목적 없이 일단 발행 한도를 늘려놓자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제3자배정 증자 및 주식 관련 사채의 경우 대주주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주주와 투자자 모두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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